반려견 트레이너 최혜정, ‘에밀리’에게 제주는 오랫동안 출장지였다. 회사원 시절 컨퍼런스에 참석하러 오가던 곳이었다.

“컨퍼런스 때문에 정말 출장지로 많이 왔어요. 당일 출장도 많았고요. 풍경을 보고 여유를 느낄 시간은 없었죠.”

— 에밀리

그랬던 제주가 이제는 사는 곳이 됐다. 제주에서 3년을 살아온 그는 한림에서 반려견 트레이닝 센터 MIT 도그를 운영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섬에서,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며 생활을 꾸리고 있다.

CHAPTER 01

번아웃 뒤에 선택한 두 번째 직업

에밀리는 오랫동안 회사원으로 일했다. 조직생활 끝에 번아웃을 겪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돌아보게 됐다.

“아주 잠깐 수의사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다시 수의학을 공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많이 필요했죠. 그래도 동물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렇게 선택한 두 번째 직업이 반려견 트레이너였다. 동물과 함께하며, 동물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육지에서 트레이너로 활동하던 그가 제주에 머물게 된 계기는 가족이었다. 은퇴 후 먼저 제주에 정착한 부모님을 만나러 오가다가,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CHAPTER 02

아버지 곁에 머물며 알게 된 제주

부모님 곁에 머물기 시작한 뒤에도 제주를 즐길 여유는 많지 않았다. 아버지를 돌보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눈에 들어온 것이 제주의 자연이었다.

“힘들 때 차를 몰고 가서 석양도 보고, 바다도 보고, 올레길도 걸었어요. 자연이 가까이 있다는 게 마음에 위안을 많이 줬던 것 같아요.”

그가 정착한 곳은 한림이었다. 부모님이 먼저 자리 잡은 곳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자연 가까이에서 조금 더 한가롭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해 질 녘 방파제 너머 바다 위로 풍력발전기가 늘어서고 앞쪽에 검은 현무암이 드러난 한림의 석양 풍경
해 질 녘 한림 바다의 석양 · 사진 원예은

그렇게 한림은 부모님을 돌보는 곳이자, 자신의 일을 이어가는 곳이 됐다. 에밀리는 이곳에서 반려견 트레이닝 센터의 문을 열었다.

CHAPTER 03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도 배우는 교육

MIT 도그는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참여하는 프라이빗 레슨과 그룹 클래스 등 교육에 집중한다. 에밀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반려견의 심리와 생활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강아지들을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만 교육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심리와 생활을 이해하면서 같이 살아서 더 행복해지는 것, 그게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카메라 앞 작은 탁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웃으며 인터뷰하는 에밀리
인터뷰 중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에밀리 · 사진 황예원

그가 오래 기억하는 보호자가 있다. 어린아이를 보면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던 반려견과 함께 센터를 찾은 사람이었다.

에밀리에 따르면, 보호자는 그가 알려준 방법을 꾸준히 실천했다. 시간이 지나자 반려견은 아이가 주는 간식을 받아먹고 동네를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졌다. 보호자는 주변 사람에게 에밀리를 이렇게 소개했다.

“에밀리가 우리 강아지를 교육하러 온 것 같지만, 사실 나를 교육하고 있어.”

에밀리는 그 말을 오래 기억하고 있다. 함께 사는 사람이 배우고 변화하는 과정 역시 그가 추구하는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반려견의 변화를 이해하고 기다리는 일도 강조한다.

“동물은 온·오프가 되는 로봇이 아니에요. 다이얼을 돌리듯 조금씩 좋아졌다가, 조금씩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그 과정을 이해하고 기다려줘야 해요.”

CHAPTER 04

한림에서 자신의 방식을 이어가는 일

육지에서 하던 일을 제주에서 이어가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에밀리가 부딪힌 문제 중 하나는 센터까지의 거리였다.

상담 예약까지 마친 고객이 지도를 확인한 뒤 “거기가 거기였네요. 너무 멀어서 못 갈 것 같아요”라며 취소한 적도 있었다. 센터의 위치가 고객의 방문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가 만난 보호자들의 관심에도 차이가 있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교육 자체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보호자가 많았다. 제주에서 만난 보호자 중에는 자연 속에서 반려견을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는 데 더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에밀리는 이런 차이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교육을 제주에서 어떻게 알릴지 고민하고 있다.

“오히려 여기에서는 흔하지 않은 방식과 철학이기 때문에 더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대신 너무 밀어붙이기보다는 제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CHAPTER 05

여유와 단조로움 사이에서

제주에 온 뒤 에밀리의 생활은 달라졌다. 조직에 맞춰 움직이던 회사원 시절과 달리, 지금은 자신의 일정을 직접 정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

“여유가 생겼고 단순해졌어요. 그런데 조금 단조로워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제주 이주를 쉽게 권하지 않는다. 다양한 활동과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처음의 여유가 지루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청년이라면 일자리와 임금도 현실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걸 추구하기 위해서 온다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벽은 있겠지만요. 그런데 그냥 단순히 자연이 좋아서 오는 건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자연 가까이에서 반려견과 살아가는 일에도 불편함은 있다. 에밀리는 진드기나 벌레가 많고, 인도가 충분하지 않아 차가 바로 옆으로 지나는 산책길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월령 선인장마을을 찾아 산책하거나 해변과 짧은 오름을 걷기도 한다.

MIT 도그 센터의 선반에 놓인 교육 도구를 정리하는 에밀리
센터 선반의 교육 도구를 정리하는 에밀리 · 사진 원예은

하지만 요즘 그가 좋아하는 시간은 더 평범하다. 주택 마당에 반려견과 함께 앉아 바람을 쐬고 햇볕을 받는 시간이다.

번아웃 후 찾은 일, 제주에서 반려견 트레이너로 살기 | 엠아이티도그 에밀리 · YouTube에서 보기
PLACE

에밀리와 반려견이 걷는 길

월령 선인장마을에서 해변, 짧은 오름까지. 섬 안의 사진을 옆으로 넘겨 보세요.

  • 검은 현무암과 선인장 사이로 바다를 향해 이어지는 나무 산책로와 안내판
  • 검은 현무암 바위가 늘어선 해안 길 옆 정자와 바다 위로 늘어선 풍력발전기
  • 밧줄 울타리가 이어진 오름 산책길 옆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

01. 월령 선인장마을

반려견과 걷는 산책길

에밀리가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러 찾는 한림의 마을입니다. 자연 가까이에서 반려견과 걸을 수 있는 산책 코스입니다.

본 저작물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2022년' 작성하여 공공누리 제1유형으로 개방한 '바다를 따라 만나는 선인장 군락지'를 이용하였으며, 해당 저작물은 '한국농어촌공사, 웰촌(www.welchon.com)'에서 무료로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발행일
인터뷰어
원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