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Interview

제주어를 쓰는 두 사람

말은 쓰지 않으면 말하던 사람과 함께 사라진다. 모슬포 책방에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 손녀와, 어머니에게 들은 말로 동시를 쓰는 해녀의 딸을 만났다.

기록의 방식은 다르지만 두 사람이 책에 담고자 한 것은 같다. 제주어 속에 깃든 말과, 그 말을 나누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다.

#02 · Interview

두 사람의 이야기

Interview 01

고치지 않은 할머니의 말이 책이 되다, “너만 잘 살지 말라이”

서점은 어디에 있나요.

제주 서남쪽 끝 대정읍 모슬포 골목 안쪽에 독립서점 ‘어나더 페이지’가 있다.

『서지여사와 복만 씨』는 어떤 책인가요.

서점 한편에 놓인 『서지여사와 복만 씨』는 신 대표의 할머니 현서지(86) 씨의 삶을 담은 그림책이다. 할머니는 ‘제주 어르신 그림책 학교’에서 1년간 그림책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평생 써온 제주어 그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졸업식 날 선생님들께 허리 숙여 인사하던 할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신 대표는 그 눈물을 4·3과 한국전쟁이 겹친 세월 속에 배우지 못해 서러웠던 지난 세월을 위로받고, 할머니의 삶과 언어가 세상에 당당히 인정받은 순간으로 기억한다.

기록 작업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이는 신 대표의 어머니다. 학창 시절 교실에서 제주어를 쓰면 벌을 받던 세대인 어머니는 현재 일제강점기 알뜨르 비행장 강제동원 피해 어르신들의 증언을 녹음하고, 토박이도 알아듣기 어려운 옛 제주어를 한 문장씩 풀어쓰고 있다. 그렇게 이어진 기록 작업은 자연스레 손녀에게로 전해졌다. 신 대표는 매일 출근 전 할머니와 두 시간씩 대화를 나누며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한다. 동네 어르신 세 분의 이야기를 엮어 책을 펴낸 데 이어, 지금은 북촌리에 사는 85세 어르신의 생애사를 집필하고 있다.

책에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신 대표가 책에 담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낱말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삶의 태도다. 그가 할머니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만 잘 살지 말라이”였다. 너 혼자만 잘 살지 말라는 이 당부에는 일손이 모자랄 때 대가 없이 이웃을 거들던 제주식 품앗이 ‘수눌음’의 정신이 담겨 있다. 신 대표는 말과 함께 서로 돕고 살아온 공동체의 마음까지 사라져 가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언어와 삶은 어떤 관계일까요.

“언어가 사라지면 문화가 사라지고, 문화가 사라지면 언어도 결국 사라집니다. 말과 삶은 언제나 함께 가는 법이니까요.”

Interview 02

어머니의 입말을 아이들의 동시로 옮기다, “잘도 아꼽다이”

『잘도 아꼽다이』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김신자 제주어 시인은 석·박사 과정에서 제주어의 감정 표현과 상징어(의성어·의태어)를 깊이 연구했다. 제주어 동시집 『잘도 아꼽다이』는 그 학술적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제주어 교육이 활발해진 흐름에 발맞춰, 아이들이 기본적인 감정 어휘부터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다섯 부의 제목을 제주어 감정 단어로 짓고 부록까지 수록했다.

책의 그림은 누가 그렸나요.

책의 삽화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하던 공학도 아들이 맡았다. 원고를 읽은 아들이 낯선 제주어의 뜻을 물어보며 열 편의 그림을 완성해 간 과정은 세대 간의 전승이기도 했다. 김 시인은 “아들과 소통하며 작업하는 동안 소멸 위기의 제주어가 ‘와랑와랑(활활, 힘차게)’ 살아나는 듯한 벅참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시의 소재는 어디에서 찾으시나요.

그의 시는 부모에게 들은 생생한 입말과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낱말에서 출발한다. 한겨울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불을 피워 몸을 녹이고 쉬던 공간인 ‘불턱’에서, 언 몸이 녹으며 피부에 돋는 붉은 반점을 일컫는 ‘산꽃이 피었다’ 같은 표현은 표준어로 대체하기 어려운 제주어만의 정서를 담고 있다.

제주어를 글로 옮길 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나요.

김 시인은 기록물인 책에는 정확한 표현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전을 확인하고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친다. 그러면서도 사전에 실린 표현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실제 생활에서 쓰이는 말도 지키려 한다. 어머니가 평생 사용해 온 변소를 뜻하는 제주어 ‘통제’가 기존 제주어사전에는 ‘통시’로만 등재돼 있자, 김 시인은 어머니의 말을 글에 남겼다. 이후 ‘통제’도 새로운 사전에 등재되면서, 생활 속에서 이어져 온 제주어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작가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얼마 전 수업을 위해 찾은 한라초등학교 복도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시를 필사하고 그림까지 그려 넣은 작품들을 마주했을 때, 그는 연구자를 넘어 작가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잘도 아꼽다이’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나요.

“길을 걷다 마주치는 작은 꽃 한 송이, 풀잎 한 포기를 봐도 ‘아이고, 잘도 아꼽다이’라고 말하잖아요. 그 어떤 권력의 힘보다 작고 여린 생명을 존중하는 그 마음이 사람의 고개를 숙이게 만듭니다.”

후세에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김 시인이 타임캡슐에 넣어서라도 후세에 남기고 싶은 말은 책 제목이기도 한 ‘잘도 아꼽다이(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와 ‘잘도 요망지다이(아주 야무지고 똑똑하다)’다. 그는 이 말들에 담긴 다정함과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다음 세대에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귤 가지가 그려진 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