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지 않은 할머니의 말이 책이 되다, “너만 잘 살지 말라이”
서점은 어디에 있나요.
제주 서남쪽 끝 대정읍 모슬포 골목 안쪽에 독립서점 ‘어나더 페이지’가 있다.
『서지여사와 복만 씨』는 어떤 책인가요.
서점 한편에 놓인 『서지여사와 복만 씨』는 신 대표의 할머니 현서지(86) 씨의 삶을 담은 그림책이다. 할머니는 ‘제주 어르신 그림책 학교’에서 1년간 그림책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평생 써온 제주어 그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졸업식 날 선생님들께 허리 숙여 인사하던 할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신 대표는 그 눈물을 4·3과 한국전쟁이 겹친 세월 속에 배우지 못해 서러웠던 지난 세월을 위로받고, 할머니의 삶과 언어가 세상에 당당히 인정받은 순간으로 기억한다.
기록 작업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이는 신 대표의 어머니다. 학창 시절 교실에서 제주어를 쓰면 벌을 받던 세대인 어머니는 현재 일제강점기 알뜨르 비행장 강제동원 피해 어르신들의 증언을 녹음하고, 토박이도 알아듣기 어려운 옛 제주어를 한 문장씩 풀어쓰고 있다. 그렇게 이어진 기록 작업은 자연스레 손녀에게로 전해졌다. 신 대표는 매일 출근 전 할머니와 두 시간씩 대화를 나누며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한다. 동네 어르신 세 분의 이야기를 엮어 책을 펴낸 데 이어, 지금은 북촌리에 사는 85세 어르신의 생애사를 집필하고 있다.
책에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신 대표가 책에 담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낱말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삶의 태도다. 그가 할머니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만 잘 살지 말라이”였다. 너 혼자만 잘 살지 말라는 이 당부에는 일손이 모자랄 때 대가 없이 이웃을 거들던 제주식 품앗이 ‘수눌음’의 정신이 담겨 있다. 신 대표는 말과 함께 서로 돕고 살아온 공동체의 마음까지 사라져 가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언어와 삶은 어떤 관계일까요.
“언어가 사라지면 문화가 사라지고, 문화가 사라지면 언어도 결국 사라집니다. 말과 삶은 언제나 함께 가는 법이니까요.”